올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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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주 사는 어느 올레꾼입니다.

며칠 전, 혼자 올레길을 걷던 날이었어요.

그날은 파워풀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고, 남은 하루를 방치할 수 없어 대충 준비해 버스를 타고 쇠소깍까지 잘 도착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에게 단단히 삐진 상태에서 시작 스탬프를 찍으려는데 먼저 찍고 계시던 한 올레꾼께서 저에게 도장이 번진다며 휴지를 선뜻 건네주셨어요. 저는 프로올레꾼이라 이미 포스트잇 한 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종이는 번질 수 있다 하시더군요. 이게이게 보니까 마음을 꽉 닫고 있었더니 저도 모르게 호의를 거절할 뻔했더라고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평소보다 빠르게 걸었어요. 어두워지고 길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중간에 돌아서야 하고 그렇게 되면 종점 도장을 찍지 못하니까요

차마 조급함을 지우지 못한 채 걷고 있었는데 "빠르게 걸으면 좋은 걸 못 봐요~" 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어요.

앗차차𝆕 저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었지만 순간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더군요. 덕분에 저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걸을 수 있었어요.

종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외려 여유롭게 남았더군요.하하

이번 계기로 ‘다음번엔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 몸은 지치지만 기쁘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종점에 다다르겠지’ 했어요.

되게 진부한 교훈같이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일상에 욱여넣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그럼...

Olle Olle ! (괜찮은 하루 ! )

∘˚˳°∘°✿나만의 올레길 재밌게 걷는 방법✿∘˚˳°∘°

1.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한다. (오름을 맞닥뜨리는 순간,납득 가능!)

2.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올레꾼에게 잽싸게 먼저 인사한다. 👋

3. 올레길 표시 리본과 찰싹 ! 하이파이브 해준다. 🖐️

4. 중간에 간식으로 과일이나 단백질 바를 먹어준다.

5. 타임 스탬프 어플로 시간과 풍경을 동시에 기록한다.

6. 음악은 듣지 않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7. 동물을 만나면 안부 인사를 건네준다.

8. 다리가 아프거나 손이 띵띵 부으면 잠깐 멈춰서 몸을 풀어준다.